이사올 때부터 막혀서 돌아버릴 것 같은 거실 변기. 얼마 전에는 들어붓는 제품으로도 안되고 진공 뾱뾱이로 아무리 쑤셔도 안되고 변기에 랩 씌워서 눌러봐도 안되고, 별 지랄을 다 해도 뚫리지 않아서 결국 업체 불렀는데 변기 들어내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기계까지 동원해서 하수구 깊숙한 곳까지 한참 파내서 겨우 뚫었더랬다. 15만 원 들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여전히 정상적인 변기처럼 시원하게 내려가지는 않았고 중간 중간 계속 막혔다 뚫었다를 반복했다. 또 업체를 불러야 하나, 확 마 화장실 통째로 갖다 버리고 싶고 우울하고 막 그러던 차에, 아내가 기가 막힌 제품을 하나 발견했다 하더라. 무슨 막 탄산 총알을 발사해서 뚫는다 어쩐다 하던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미스터 펑>
광고영상. 그러니까 총알처럼 생긴 저 물건 안에 압축 탄산가스가 들어있고 그 가스를(총알 말고) 발사해서 그 압력으로 막힌 곳을 뚫어주는 무시무시한 제품. 평소에 손으로 힘들게 삐적삐적 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강력한 힘과 기체 양으로 승부한다 이거지.
끝없이 쏟아지는 찬사 일색의 구매평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들었다. 이거 너무 강력해서 변기가 터지면 어쩌나? 하여 사기 전에 제조사에 전화를 해서 문의해 보니 아주 오래된 집 중에서 배관에 금이 간 경우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불만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리고 혹시나 장난감 같은 고체 이물질이 끼어 있는 경우는 안 될 수도 있다고.
그래, 에이 설마 변기가 터지겠어? 하며 바로 구입.
거실 변기를 며칠째 쓰지 못해 학수고대하던 차에 드디어 도착.
박스 개봉. 두근두근.
내용물은 심플하다. 맨 아래부터 거치대, 손잡이, 주입구, 설명서, 그리고 박스는 탄산총알 10개.
설명서. 총알 넣고 조준하고 쏘면 끝. 아래에 보면 변기 내에서 막힌 이물질을 제거하는 제품이고 그 아래에서 막혔을 경우에는 안 될수도 있다고 한다. 흠….. 좀 걱정이네.
이 부품이 변기에 들어가는 고무 부품. 오른쪽 길쭉한 부분부터 들어간다.
이건 손잡이와 고무부품 연결하는 쪽.
손잡이와 결합한 모습.
그리고 이것이 바로 탄산 총알 박스.
두둥.
진짜 총알처럼 생겼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을 듯.
이 손잡이 끝 부분에 총알을 넣으면 된다.
열면 이렇게 생김.
요렇게 총알 넣으면 된다.
자. 드디어 출정식.
총알 장전중.
손잡이 뚜껑을 닫고,
조준. 두근두근.
실제 사용 모습. 캬!!!!!!!!!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변기도 뚫리고 내 속도 뚫렸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순간 아닌가!! 감동 ㅠㅠㅠㅠㅠㅠ
사용한 총알은 오른쪽과 같이 빵꾸가 난다. 손잡이에 넣고 돌리면 총알에 있는 탄산이 빠져나오면서 장전이 되므로 한 번 장전하면 다시 쓸 수 없는 구조임.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이거 만든 사람 노벨평화상 줘야 한다. 가정의 평화를 지킨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