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싼커피> 브라질 산토스, 브라질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를 내려 먹으려고 커피 원두를 알아보니 이게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참고로 캡슐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 한 잔을 내려먹는데는 약 500원~1200원 정도가 듭니다. 비싸다면 비싼 금액이죠. 사실 커피 전문점 가서 먹을 돈을 아끼자는 의미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직접 원두를 갈아 먹으면 싸겠지 싶어서 알아보니 동네 로스팅 가게에서 원두를 사면 100g에 5천원~1만원 정도에 팔고 있더군요. 에스프레소 한 잔에(저는 더블샷으로 먹으니) 11g에서 18g 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100g 짜리 원두를 사도 8잔 정도밖에 못 먹죠. 그러면 잔당 가격이 사실 캡슐과 다르지 않네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역시 많은 업체들이 대량으로 로스팅해서 원두를 팔고 있습니다. 열심히 검색을 해서 ‘왕싼커피’라는 온라인 업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평을 읽어보니 최고의 원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가격에 괜찮다는 평도 있고, 별로라는 평도 있고 다양하더군요.









 하지만 가격은 분명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235g 단위로 원두를 파는데 싸게는 5천원대에서 제일 비싼 블루마운틴도 3~4만원대로 저렴하더라고요. 대량으로 로스팅해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래도 첫 구매이니만큼 혹시나 실패할까 싶어 딱 두 개만 주문했습니다. 가장 무난하다는 ‘브라질 산토스’와, 저녁에 먹어도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기 위한 ‘브라질 디카페인’입니다. 각각 5,900원, 10,200원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두 개 묶음상품으로 조금 할인 받았네요.

 헉!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 착각이겠죠?

 배송은 오전 8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출발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후에 시켰기 때문에 다음날 출발 -> 그 다음날 도착했네요.

박스 안에는 저렇게 커피 두 봉과 자그마한 간식거리, 그리고 연말 기념으로 주는 달력이 같이 왔네요. 달력은 솔직히 그냥 그렇습니다. 중간 중간 문구에 맞춤법이 이상한 것도 있고(이런거에 민감함), 커피 이야기는 뒷면에만 있는데 또 그 면에는 작은 달력은 없고 그냥 커피 이야기만 있는 구조. 정면에는 또 그냥 달력 그림만 있네요.

 커피 패키지입니다. 뜯고 나서 다시 밀봉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고 뒤에는 아로마 밸브도 달려 있습니다. 앞에 써 있는 문구가 아주 인상적이네요. “더 이상 할인해 달란 말 하지 말라!” 라니. 가격에 자신있는 모양입니다. 

 봉투 위에는 제조일자(아마도 로스팅 날짜)가 찍혀 있고, 아래쪽에는 커피 종류가 쓰여 있습니다.

 자, 이제 커피 내린 사진을 한 번 봅시다. 먼저 브라질 산토스 원두입니다.

 옆에 좀 튀긴 했지만 크레마가 괜찮네요. 향도 괜찮고 맛도 괜찮습니다. 맛을 표현하자면 일단 향은 달고요, 넘어가는 맛은 부드러우면서 쌉싸름하고, 다 마신 후에는 스모키한 맛이 남습니다. 아, 그런데 이 스모키한 맛이 정말 문제였습니다. 너무 심해요. 먹고 나서도 그 맛이 가시질 않아서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하고 양치도 해보고 가글도 해봤지만 그게 없어지질 않네요.

 말이 좋아 스모키향이지, 좀 더 적나라하고 마음에 확 와 닿는 표현으로 하자면 재떨이를 입에 집어넣은 맛이었습니다. 그 왜 담배꽁초에서 나는 그런 맛 있죠? 물론, 실제로 재떨이나 담배꽁초를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게 진짜 불쾌했습니다. 물에 좀 희석시켜서 먹어도 마찬가지고, 우유에 타먹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진짜 그 스모키한 향이 너무 심해서 토할 것 같더라고요. 역시 싼 게 비지떡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자, 그럼 가격이 두 배 쯤 되는 브라질 디카페인은 좀 나을까요?

 먼저 에스프레소로 내린 직후의 모습입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크레마 색깔은 마음에 듭니다. 이 컵에 내리니 옆에 튀지 않아서 좋네요.

 이것도 맛을 보겠습니다. 이건 확실히 디카페인이라 그런지 밍밍한 맛입니다. 향은 달콤하면서 맛은 쌉싸름하네요. 근데 이것도 끝맛에 그 재떨이 맛이 납니다!!! 미칠 것 같습니다. 산토스보다 훨씬 덜하긴 하지만 이것도 그 재떨이 맛이 입안에 남아서 계속 구토중추를 자극하네요. 

 도대체 왜 이럴까요? 원두의 문제일까요, 제가 커피 내리는 방식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제 미각이 유별난 걸까요? 좀 나눠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스모키한 향이 나는 건 맞는데 제가 표현한 정도로 그렇게 이상한 느낌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다들 맛있다고 하네요. 

 아내는, 둘다 그저 그렇긴 한데 산토스가 더 좋지 않고, 산토스에서 연기맛이 확실히 많이 난다고 합니다. 

 혹시 커피 내리는 방식이나 기계의 문제인가 싶어 다른 커피로 시도해 봤는데 스모키향이 나기는 나지만 이 두 개처럼 심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