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에 도착했다. 늦은 밤이었는데 구멍가게 앞에 모인 많은 인도인들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백 여 명의 인도인들은 구멍가게 앞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 Nice to meet you. My name is Kim.
– Oh, welcome to India!
그리고 마을 옆에 보이는 나즈막한 언덕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 Oh, is this Mt. Annapurna? It seems to be about 1,000 meters.
– No, no…. It is about 8,000 meters.
그랬다. 왜 인도에 안나푸르나가 있고, 왜 뜬금없이 우리가 영어로 대화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안나푸르나는 나즈막한 언덕이 아니라 8천 미터 급 고봉이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체념한 채 하룻밤 묵을 방을 찾아 나섰다. 마침 한국 여학생으로 보이는 여행객이 있어 말을 걸었다.
– Hi~! Are you from Korea?
– 아뇨, 저 미국인이예요.
우리말로 대답하긴 했는데 뭔가 좀;; ……그러니까 알고 보니 한국계 미국인이란다. 어쨌거나 그 여학생이 잘 안다는 숙소가 있다고 해서 따라갔다. 그 숙소는 지하에 있었는데 굉장히 싸단다. 무슨 노래방처럼 생겼는데 얼마냐 물으니 하루에 2만 2천원이란다. 이게 싼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어라? 그런데 인도에서 왜 원화를 쓰지?
2.
숙박업을 하는 집의 아들이 있었다. 내 친구였는데 하루는 먼 곳에서 놀러온 나를 재워주겠다며 몰래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 집은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ㅁ’자 모양으로 생겼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모든 방을 통과해야 하는 그런 구조였다. 사실 말이 숙소지 그냥 책장이었다. 방은 우리가 흔히 보는 책장의 한 칸 정도 크기 밖에 되지 않았고, 그나마 재고정리 중인 만화가게 마냥 책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 다음 방으로 이동하려면 책 밑으로 파고 들어가야만 했다. 이 무슨 해괴한 조화인가. 앞서 책 밑으로 파고 들어가던 친구가 말했다.
– 악, 살쪄서 못 지나가겠어.
젠장. 이 친구보다 더 퉁퉁했던 나는, 순간 ‘나는 정말 못 지나가겠구나’ 라는 걱정을 하고 말았다.
우리는 곧 4층에 도착했고, 그 친구는 나더러 책이 막혀서 5층에 올라갈 수 없으니 여기서 자라고 했다. 그 친구가 가리킨 곳은 비어있는 책장 한 칸이었다. 나는 그 곳에 쪼그려 누워 잠을 잤다. 다행히 나는 다시 내려갈 걱정은 하지 않았다.
3.
꿈은 현실의 복합체. 이루지 못한 꿈과 이루고자 하는 꿈이 어울려 놀라운 세상으로 나를 인도한다. 이렇게 매일 꿈이 재미있으니 내가 항상 잠에 취해 사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