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할 때 많은 이가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논쟁의 대상과는 전혀 관계 없는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어내는 일이다. 아주 오래된 사소한 실수, 상대 집안의 흉 등을 들추어내어 오늘의 실수와 함께 싸잡아 비난한다. 이에 언성은 점점 높아가고, 논쟁의 범위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 이 쯤 되면 논쟁의 중심은 눈 앞에 없고, 휘몰아치는 말다툼의 광풍은 폭력으로 이어진다.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다른 일도 무릇 그러하다.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할 때는 핵심만 말해야 한다. 화가 난다 하여 이것저것 마구 갖다 붙이기 시작하면 본질에서 벗어난 인격적 모욕감에 상대방은 슬며시 주먹을 든다. 특히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지기 쉬운데, 권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람은 힘을 얻을수록, 권위를 얻을수록 둔해져서 상대의 기분이나 상태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이 노숙자이든, 노무현이든 대화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사람이라면 기분 나쁠 때 기분 나쁘고, 기분 좋을 때 기분 좋은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니 세상이 다 변해도 변치 않는 이 진리만은 기억하자. 당신이 태어나서 밥 먹고 생각하고 걸어다닌 것만큼 나도 태어나서 밥 먹고 생각하고 걸어다녔다. 세상의 중심을 자신으로 삼는 긍정적인 사고도 좋지만, 세상에는 60억개의 세계, 60억개의 중심이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자.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면 세상이 달리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