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와 서해, 그리고 대한해협.

동해와 일본해, 서해와 황해, 대한해협과 현해탄….. 너무 민감한 문제라 문제와 직접 관련있는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감히 뭐라 문제제기를 하기조차 힘든 주제다.

지금까지의 내가 들은 바를 정리해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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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해

안타깝지만 이미 현대 세계지도의 97%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과 믿음 사이에 너무나 큰 간극이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로서는 참 안타깝다. 우리의 동해가 세계인의 뇌리 속에는 일본해로 각인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그건 마치 우리가 모르는 남반구 작은 섬나라의 이름이 우리에게 잘못 알려지는 것처럼 억울한 일이겠다. 게다가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는 식의 감정적인 대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더욱 답답하다.

동해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법 외에 여러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겠다.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방법, 두 나라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새로운 명칭을 만드는 방법(‘한일해’라거나….) 등이 있겠다. 어떤 방법이 옳은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동해라는 명칭이 지극히 우리나라 중심의 명칭이기 때문에 세계인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면 새로운 대안을 찾는 데 주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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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해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황해를 서해라고 썼다가 부분점수만 받은 기억이 있다. 분명히 교과서에서는 우리나라 서쪽 바다를 서해라고 가르쳤고 나는 내 편의대로 우리나라 서쪽에 있으니 서해라고 썼다. 그러나 요즘 세상을 보면 그 누구도 황해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서해교전’은 있어도 ‘황해교전’은 없다. ‘서해대교’라고 하지 ‘황해대교’라고 하지 않는다. 나는 문득 의아해졌고 명칭이 새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명칭은 바뀐 것이 아니었고 여전히 국제 공식 명칭은 ‘Yellow Sea’, ‘황해’였다. 그러면 왜 우리는 이제 황해를 서해로 부르게 됐는가?

그것은 우리나라 안에서 ‘서해’라고 불렀을 때 아무도 헷갈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상, 그리고 국가의 주체성을 확립하자는 차원에서 서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국제 공식 명칭을 ‘West Sea’로 고치자고 우기면 곤란할 것 같다. ‘황해’라는 명칭은 황하강에서 흘러나온 흙탕물 때문에 얕은 서해바다가 항상 누렇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딱히 어느 나라를 위한 이름도 아니고, ‘황해도’의 어원이 되기도 하는 등 우리도 전부터 써 왔다. 황해의 예에서 동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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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한해협

대한해협은 한국과 규슈 사이에 있는 해협을 이르는 말이고, 현해탄(정확히는 현계탄(玄界灘)인데 일본어로는 발음이 같아서 우리나라에서 표절한 말임)은 규슈 북서부에 펼쳐진 바다, 집어서 이야기하자면 규슈와 쓰시마 섬 사이의 바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면 두 명칭은 같은 곳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대한해협과 같은 곳을 이르는 일본 명칭인 쓰시마 해협인데, 다행히 현재 국제 공인 명칭은 대한해협, ‘Korea Strait’이다. 쓰시마해협은 일본에서 쓰는 표현인데 일본에서는 대한해협을 쓰시마해협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 지도를 베낀 한국 지도에서도 쓰시마해협이라고 표기한 예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으며, 명칭이 헷갈리는 나머지, 부산에서 쓰시마 섬 사이를 대한해협, 쓰시마 섬에서 규슈까지를 쓰시마해협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그러므로 정확히 알아두자. 대한해협과 쓰시마해협은 한국과 규슈 사이의 바다를 이르는 동의어이고 이 중 대한해협이 국제 공식 명칭이며, 쓰시마 해협은 일본에서만 쓰는 명칭이므로 우리는 쓰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현해탄은 현계탄(玄界灘)을 우리나라에서 잘못 이르는 명칭이며 규슈에서 쓰시마 섬 정도까지의 바다를 이르는 말이다._M#]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인터넷에는 너무 쓰레기 지식이 많다. 그런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지식을 찾기란 참 어려운 일인데 특히 위의 주제들처럼 민감한 문제는 진실을 알기가 더 어렵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사실인 양 자기 생각을 쓴 사람들, 그 글을 검토조차 해 보지 않고 어디선가 퍼 온 사람들, 지나친 민족주의에 젖어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종종 거짓이 사실로 둔갑한다. 정확하지 않은 지식, 특히 민족적 감정에 호소하는 지식은 결코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없으며 잘못된 지식을 지닌 사람이 늘어날수록 우리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빛이 바랠 것이다. 일본이 동해와 독도를 가져간다고,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가져간다고 선정적인 쪽지나 돌리면서 분통만 터뜨릴 것이 아니라 먼저 제대로 알고 적절한 대안을 세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