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런 기사가 나왔다고 치자. 이것은,
1. 지난 회 국회의원인 아무개의 아들이 마약관광을 하다가 검거됨(기자의 본래 의도).
2. 전 씨 성을 가진 국회의원의 아들이 마약관광을 하다가 검거됨.
3. 지난 회 국회의원인 아무개가 마약관광을 했는데 그 국회의원의 아들이 어떤 이유로 검거됨.
4. 전 씨 성을 가진 국회의원이 마약관광을 했는데 그 국회의원의 아들이 어떤 이유로 검거됨.
5. 아무개 의원의 아들이 마약관광을 막 떠나려는 찰나, 검거됨.
6. 아무개 의원이 마약관광을 막 떠나려는 찰나, 그 의원의 아들이 어떤 이유로 검거됨.
2. 전 씨 성을 가진 국회의원의 아들이 마약관광을 하다가 검거됨.
3. 지난 회 국회의원인 아무개가 마약관광을 했는데 그 국회의원의 아들이 어떤 이유로 검거됨.
4. 전 씨 성을 가진 국회의원이 마약관광을 했는데 그 국회의원의 아들이 어떤 이유로 검거됨.
5. 아무개 의원의 아들이 마약관광을 막 떠나려는 찰나, 검거됨.
6. 아무개 의원이 마약관광을 막 떠나려는 찰나, 그 의원의 아들이 어떤 이유로 검거됨.
등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 경우, 한글만으로 저 기사를 표현한다면 다섯 가지로 모두 해석할 수 있고, 한자를 병용한다면 ‘전’이 ‘前’일 경우 5번 또는 6번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외의 한자라면 1~4번 중의 하나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한자 병용을 주장하는 이가 내세우는 근거라는 것은 대개 이런 것이다. 잘 따져보면 기자는 본래 1번의 내용을 말하려고 했음이 틀림없다. 나머지 해석은 지어낸 말장난이다. 문맥을 따져보면 뻔히 알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굳이 억지로 장난 말을 만들고는 ‘이러이러하니 한글만으로 우리말을 표현할 수는 없다’라고 억지를 부린다. 그러면서 한자 교육이 부족해서 요즘 신세대가 우리말을 더 풍부하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우레’를 ‘우뢰’로, ‘고추’를 ‘고초’로, ‘괴팍하다’를 ‘괴퍅하다’로 굳이 바꾸어 쓰는 자들이란 대개 이런 이들이다. 문화 사대주의에 절고 절은 낡은 자들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