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에어라인도 아시아나 노사분쟁과 비슷한 상황을 지난 2003년 초 힘겹게 치뤘다.”
열 사람에게 물었을 때 여덟 사람 정도가 잘못 알고 있는 말이 ‘치루다’와 ‘치르다’입니다. 대부분이 ‘치루다’를 기본형으로 알고 있지요.
사실 1989년 이전까지만 해도 ‘치루다’가 기본형이었습니다. 1933년 10월29일, 현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 공포로 탄생한 ‘한글맞춤법 통일안’이 시행되다 언어의 변화 과정에 맞춰 몇 번의 개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2005년 8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맞춤법은 1988년 1월19일 문교부가 새로 개정 고시하여 1989년 3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때 ‘치루다’가 ‘치르다’로 개정됐습니다. 사투리기 때문에 이렇게 써서는 안된다 해서 고쳐진 것은 아닌데요, 표준어로 쓰이던 ‘치루다’가 ‘치르다’가 됐느냐는 학문적 고찰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당시 학교를 다니신 분들이라면 아마 무지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어제까지 맞다고 쓰던 말들이 하루아침에 잘못된, 써선 안될 말들이 돼 버렸으니까요.
‘~하였읍니다→하였습니다’
‘설겆이→설거지’
‘뒤치닥거리→뒤치다꺼리’
‘몇일→며칠’
등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죠.
“값이나 돈을 거래의 대가로 내다”, “부담이 되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겪다”, “손님들을 맞아 대접하다” 등의 의미로 쓰이는 말은 ‘치르다’ 입니다.
기본형이 무엇이다라고만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말이 길어졌네요. 내친 김에 활용형까지 알려드릴까요?
치르다→치르고→치르니→치러가 맞습니다.
출처 : 2005년 8월 22일자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