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출정식을 하고, 노포동 터미널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속초로 출발.
원래는 7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기사 아저씨가 밟아서 새벽 4시에 도착해 버렸다..
6시는 돼야 식당을 여는데….. 시간 때울 데도 없고 차 안에서 다들 잠도 못자고 해서 근처 여관에서 대충 잤다. 7시 반에 일어나자고 했으나, 대장님이 일어나더니 다시 자기에 나도 다시 잠. 결국 9시 반에 일어났다.ㅋ
기왕 이렇게 된 거 여유있게 식사도 하고 볼일도 보고…. 택시타고 미시령 터널 지나서 백담사 입구까지 갔다. 2만 5천원 정도에 터널비 3천원 추가.
원래는 택시 아저씨가 백담사까지 셔틀 다닌다고 했으나…. 겨울철에는 길이 얼어서 운행 안한단다. 그래서걸어감.
여기서부터 한시간 반쯤 걸었던 듯..
백담사 입구에는 저렇게 돌탑을 쌓아놓은 모습이 장관이었다.
백담사에서 음료수 좀 뽑아 마시고 다시 수렴동 대피소까지…
속초에는 눈이 별로 안왔는데 설악산 서쪽에는 눈 진짜 많이 왔더라.
영시암에서 잠시 쉬면서 깐포도와 황도 원샷. 저 무거운 걸 왜 저렇게 많이 싸갔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어찌나 꿀맛인지…
백담사에서 수렴동 대피소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리 험하지도 않고 딱 산책하기 좋은 길이었다. 경치도 아름답고…
숙소 도착. 하지만 힘들긴 힘들었다.
숙소는 3층짜리로 매우 아담했는데 우리는 3층을 썼다. 다행히 예약인원이 많지 않아서 3층은 우리 넷이서 다 썼다.
산에서 먹는 첫 식사. 요즘은 국립공원에서 텐트치고 숙박할 수 없고 아무데서나 음식 해 먹을 수 없다. 정해진 취사장에서만 해야 함. 이날 저녁 메뉴는 양념 돼지고기와 건더기 없는 된장국…
수렴동 대피소 취사장은 저렇게 야외에 있는데 난방이 전혀 안돼서 엄청나게 추웠다.
코펠 안쪽에 아주 조금 남아 있는 물기가 얼어붙어서 저렇게 됐다;;; 저대로 코펠 모양으로 떨어짐.
밤에는 별이 많이 보여서 참 장관이었다.
9시면 소등을 하는데 6시 반쯤부터 자기 시작. 계속 자다깨다자다깨다 했다. 숙소에 난방이 잘 돼 있어도 추워서 제대로 잘 수가 없었음.
둘째날은 대청봉까지 올라야 해서 일찍 일어났다. 겨울이라 해가 늦게 뜨는데다가 산이라서 엄청 어둡다. 저렇게 헤드랜턴 켜고 식사….
게다가 야외에 있는 화장실은 너무너무 추워서 큰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와 눈 많다.
쌍룡폭포. 다 얼어붙어서 폭포인줄도 몰랐다.
둘째날 길은 꽤 가파르고 힘들었다(넘어진 건 아니고 연출임).
봉정암 도착. 이제 1/3쯤 왔나…
전설에 나오는 그 오세암으로 가면 생명을 잃는단다. 길이 험해서 해마다 사고가 꽤 난다고..
같이 쉬던 다른 아저씨가 사리탑 쪽으로 올라가 보기를 권해서 올라가 봄. 사리탑에서 내려다본 봉정암의 모습… 인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좀 더 올라가면 보이는…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이거….. 너무너무 멋진데 나는 카메라를 안 가져가서 구닥다리 핸드폰으로 세번 찍어서 포토샵으로 합성했다. 진짜 멋있었다….
이제 쉴만큼 쉬었으니… 다시 힘내어 대청봉으로 출발…. 너무 오래 쉬었더니 오히려 관절도 뻣뻣해지는 것 같고 더 힘들었다.
소청 휴게소 도착. 아직 공사중이다. 저 뒤로 동해바다가 보이는지?
이제 진짜 설악산의 거의 모든 봉우리들이 내 발 아래에 있다.
소청봉 도착. 설악산에는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에 끝청봉까지 있는데… 소청봉에는 그냥 별 건 없었다. 갈림길만 있음.
드디어 오늘의 숙소인 중청대피소 도착. 대장님이 저렇게 포즈를 원하셔서…. 찍고나니 매우 민망하다.
중청대피소에서 보이는 동해바다 모습.
고작 저기가 대청봉이다. 생각하기로는 뭔가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만만해보임.
일몰을 보러 가기 전에 라면 흡입.
일몰은 5시 반쯤이라 잠시 대기하는데 막 피로가 몰려온다.
짜잔. 대청봉에 올랐다.
해질녘이라 대청봉 봉우리가 동해바다에 비치는 그림자도 볼 수 있었다.
날이 너무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기어이 일몰을 다 지켜보고 내려옴.
이제 오늘 할일은 다 끝났으니 삼겹살 흡입. 이날 저녁 식사가 산에서 먹은 것 중에 최고였다. 삼겹살은 산에 올라가면 더 맛있어지는듯.
아까 먹었지만 라면 또 흡입. 이러니 살이 빠질 수가 없지.
중청휴게소는 규모가 좀 크고 사람들도 많았다. 거의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고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 잠꼬대 하는 소리가 다이나믹하게 들렸다. 그리고 수렴동보다 훨씬 추웠다. 내복을 다 껴입고도 모자라서 잠바도 입고 잤지만 거의 못잤다.
다음날 일출은 7시 반쯤이라는데,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듣지 못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에 깼는데 바깥 기온이 영하 19도인데 바람이 초속 17m쯤으로 불어서 체감온도가 영하 40도쯤 된다고 관리원이 그랬단다. 뭔가 평소보다 훨씬 추운듯한 분위기… 다른 대원들은 뭐 어제 일몰 보러 가서 너무너무 춥고 힘들어서 어차피 일출은 포기했지만 나는 기왕 여기 온 거 안 보고 가기가 너무 아까워서…. 잠시 나갔다가 역시 안되겠구나 하고 다시 들어왔다가….. 다른 팀 아저씨들 다 간다 그래서 나도 용기내어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고 어둡고 외롭고 힘들었다. 아무것도 안 먹고 올라가니 배도 고프고……
게다가 대청봉 도착하니 아무도 없음….. 아까 올라간다던 아저씨들 다 어디갔지…
일출보러 올라왔는데 너무 힘들어요. 으헣헣. 몸이 추운건 좀 괜찮은데 손가락 발가락이 시린건 진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 동상 걸려서 발가락 잘라내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고..
여명이 밝아온다…. 아 근데 구름 때문에 원래 예정 시각이 훨씬 지났는데도 해가 안뜬다…. 그냥 내려갈까… 내 발가락…
하지만 기어이 보고 말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일출을 본 게…. 언제였나 싶다. 제대 후에 처음인가..? 아무튼 뭐 괜히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해 뜰 때 쯤에는 주변에 한 열명 정도 있더라.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츄리닝에 운동화 차림으로 여기 올라온 겁없는 청년 둘…. 한편으로는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성공… 너무 추워서 카메라 배터리가 다 닳아서 더 이상의 사진은 naver
모닝커피를 마시는데 뭔가 아주 초췌해보인다. 산에서는 물이 귀하고 환경오염이 우려되니까 씻거나 머리감거나 양치질하는 것 모두가 금지되어 있는데 다행히 머릿기름 빨아들이는 파우더를 챙겨가서 정말 유용하게 잘 썼다. 산행하는 내내 머리가 뽀송뽀송하고 정수리 냄새도 안남.
이제 희운각 대피소까지 폭풍 하산. 내려가는 길은 걸어가기는 어차피 미끄러워서 위험하니까 사람들이 이미 저렇게 썰매 길을 다 닦아놨다. 엉덩이 깔고 내려오는 저 기분은 정말 죽여줬다. 스키장에서 느끼는 그런 기분을 공짜로 느끼는 그 짜릿함.
내려가는 길에 뭔가 멋진 곳이 있어서 사진. 어딘지는 모르겠네.
희운각 대피소를 지나 쭉 내려오면 천불동 계곡이 나오는데 그 시작점에 천당폭포가 있다. 예전에는 너무너무 험해서 일반인들은 천불동 계곡에 접근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그래서 마지막에 천당폭포를 만나면 마치 천국에 온 것 같다 해서 천당 폭포라고… 지금이야 뭐 길을 잘 닦아놔서 그냥 걸어만 오면 된다. 아무튼 그 시작점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인데 정말 아찔하다.
먼저 내려간 대장님이 우리를 올려다보고 찍은 사진. 이것도 아찔….
이게 아마 천당폭포 사진인듯.
이번 산행을 주제로 발표자료를 만든다면 아마 요걸 표지사진으로 써도 될 듯. 뭔가 역동적이다.
천불동 계곡이 계속 이어진다. 진짜 입이 딱 벌어지는 장관의 연속….. 근데 너무 길다..
드디어 일반인들이 어그부츠 신고도 올라올 수 있는 비선대 휴게소 도착…. 어찌나 힘들었는지 몸에서 김이 난다…
속초시내까지 가는 시내버스.. 난 이미 유체이탈함.
밤차까지 시간이 너무많이 남아서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라는 멀티방에서 세시간쯤 때움. 뭔가 했더니 그냥 노래방처럼 생겼는데 게임도 되고 인터넷도 되고 TV도 볼 수 있는….. 뭐 그런 장소였다.
중학교 때 여름성경학교였나….. 무슨 산에 오르면서 내 다시는 등산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옛 내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도 등산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오르는데 너무 힘들고 특히 이번처럼 산에서 잠자고 하는 건 너무너무 귀찮다.
그래도 설악산 경치는 진짜 좋더라. 사진으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고생하면서 오르다가 중간에 먹는 깐포도의 달콤함도 정말 좋고,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즐기는 삼겹살 한 점의 여유는 보너스.
겨울이라 눈이 많이 와서 좀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맨땅을 밟는 것보다 눈을 밟으며 올라가는 그 기분 또한 끝내줬다. 다리에 무리도 훨씬 덜 가는 것 같고, 하산할 때 엉덩이 깔고 미끄러지는 그 기분 역시….
아무튼 이래저래 좋은 경험이었다. 이제 다른 산 오르는 것도 별로 두렵지 않아졌고… 지리산 천왕봉도 그렇게 좋다던데 한 번 가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