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시 근무 시작하고 정신 없어서 헤롱헤롱 거리는 바람에 깜빡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간밤에 간만에 무서운 쿠믈 쿠었다. 내용은 대충……
어린 자매가 있었는데 그 중 동생이 부모님의 학대를 이기지 못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죽었고 그것을 본 언니는 반쯤 귀신이 되었다. 근데 이 귀신이 왜 반 귀신인고 하니 딴 사람한테는 시체로 밖에 안 보이는데 나한테만 온전한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 꼬마애가 그냥 평범한 꼬마인 줄로만 알고 재미있게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화장실 천장에 걔 동생이 목매달아 축 늘어져 있고 갑자기 그 언니는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귀신이더라는 거지. 내가 시체랑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은 기겁을 했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 귀신이랑 몰래 화장실에서 만나더라는……
하튼 여차저차 해서 정말 근래에 보기 드문 공포를 꿈속에서 느꼈는데 다섯 시 알람이 울리자마자 잠에서 깨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가 방금 무슨 꿈을 꾸었는지 순간 까먹었다가 지금 제정신으로 돌아오니 생각이 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간밤에 열한 시 근무 때 근무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TV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TV 화면에서 사다코가 기어 나오고 있었던 거다. 나는 깜짝 놀라며 MBC에서 원래 축구 하던 시간에 틀 거 없으니까 개념 없이 ‘링’이나 틀어주나 보다 생각하고 황급히 채널을 돌리려 했는데 알고 보니 ‘전설의 고향’ 예고편이더라는…… 아악!! 오 년 전에 ‘링’ 보고 충격 받아서 일주일 동안 눈도 감지 못했던 악몽에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식스 센스’의 결말만 알고 있는 어설픈 내 기억과의 조악한 합성이라니!!
그건 그렇고 언제 한 번 돼지 꿈 한 방 터뜨려서 새출발 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