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동상

우연히 맥아더 동상 철거에 대한 열띤 토론을 TV에서 보게 되었다. 나는 그 동안 나는 그 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단지, ‘돈 들여 겨우 세워 놓은 동상을 또 돈 들여 없애려고 할까, 그냥 놔두지.’ 정도의 평범한 생각을 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토론을 보면서 몰랐던 사실 몇 가지와 새롭게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어 몇 자 적어 본다.

해방 당시, 그리고 한국 전쟁 당시 우리가 점령군(혹은 해방군)에 대해 가진 생각과, 점령군(해방군)이 우리에 대해 가졌던 생각은 분명히 달랐다. 우리 입장에서야 맥아더가 들어와서 일본군을 철수시키고, 그 후에 북한 빨갱이가 쳐들어오니 함께 싸워주니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위정자들에게는 어땠을지 모르나,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겨운 민중들에게야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겠나. 그러니 빨갱이 공산군 물리쳐 준 맥아더 장군을 기리기 위해 인천 시민이 성금을 모아 동상도 세워주고 그 앞에서 묵념도 하고 그랬다.

그러나 맥아더는 진정 우리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는 숭고한 박애정신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또 한국 전쟁을 수행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자국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 때문에 한국에 왔고 전쟁을 이끌었다. 박정희가 베트남전에 우리나라 청년들을 파견할 때 베트남 사람들을 도탄에서 구하기 위한 순수한 신념에서 그랬던가? 오히려 맥아더는 점령군의 입장에서 우리나라를 쉽게 통제하기 위해 기존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아직도 친일 계열 언론 매체를 구독할 수 있고 친일파의 후손들이 수백억원대의 땅을 되찾아가는 초현실적인 상황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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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방면 미군 육군부대 총사령부 포고 제1호 –

… 중략…

제2조 정부의 전 공공(公共) 및 명예직원과 사용인 및 공공복지와 공공위생을 포함한 전 공공사업기관의 유급 혹은 무급 직원 및 사용 중인 중요한 사업에 종사하는 기타의 모든 사람은 새로운 명령이 있을때까지 그의 정당한 기능과 의무를 실행하고 모든 기록과 재산을 보존 보호하여야 한다. _M#]

당시 세계가 광적으로 이념에 매달리던 현실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그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매듭이 꼬이기 전에 풀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너무 심하게 꼬여버렸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고, 알고 있어도 말하지 못했다. 이념. 어느 쪽이 옳은가? 80여년이 흐른 지금 어느 이념은 살아 남고 어느 이념은 도태되었다고 해서 어느 쪽이 옳은 이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념은 이념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이념과 힘의 논리 속에서 개인은 아무 의미 없이 부유하고 있다. 어느 쪽이 우선인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전까지 무식했기 때문에 그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맥아더는 결코 우리 민족의 영웅이 아니며, 오히려 자신의 명예와 미합중국의 영광을 위해 헌신한 골수 미국인일 뿐이다. 맥아더에게서 칭찬할 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 스스로 동상까지 세우고 쌍수들고 칭송해야 할 만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고, 오히려 그 자리에 이름 없이 죽어간 일반 사병들의 기념비를 세우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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