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

최홍만과 밥샙의 경기가 있었다. 다들 관심있어하는 경기여서 MBC ESPN이 오사카로부터 생중계했다.

최홍만은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백사장에서 폴짝 뛰어올라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준다.

평소에 집에서 하는 짓은 대한민국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마어마한 거구라서 그렇지 나름대로 귀엽지 않은가.

피끓는 20대의 평범한 청년이기도 하다.

그런 최홍만이 K-1 리그에서 생면부지의 밥샙과 붙었다. 그리고 밥샙을 피떡으로 만들면서 판정승을 거두었다. 그래서 여러분은 행복한가?

K-1이나 프라이드는 오로지 대중의 입맛을 위해 만들어진 신종 격투기 경기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다. 나름대로 룰을 가지고 있다지만 아직 ‘스포츠’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대중에게 폭력을 은근슬쩍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만들어진 취지도 그러하지 않은가. 각기 다른 스포츠의 최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가장 싸움 잘하는 사람을 가리자는……

그 동안 이종 격투기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던 사람들도 최홍만이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점점 K-1에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어째서? 단지 최홍만이 한국선수이고, 세계의 강호들을 때려눕히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가끔 어쭙잖은 애국심 때문에 진짜 중요한 것을 많이 놓친다. 그리고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므로, 훗날 적지않은 반향이 되돌아 올 것이다. 지금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정녕 어느 쪽이 진실인지, 어느 쪽이 옳은지 분간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원색적으로 때리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고 열광하는 세상이다. 분명히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이제는 내가 이상한 것인지, 사람들이 이상한 것인지 조차 헷갈린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친구와 싸우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으셨더냐.

좋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남의 취향에 왠 참견이냐 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영웅 최홍만이 일본에 태극기를 꽂고 오겠다는데 왜 태클이냐고 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세상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만일 세상에 종말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점점 그 종말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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