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방지 위치추적에 대한 생각

2006년, 우리는 새해 첫 날부터 이런 안타까운 사건을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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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일이…] 당국 위치추적 안해줘 자살 못막아

[국민일보 2006-01-03 18:28]

아버지로부터 자살하겠다는 전화를 받은 딸이 위치 추적을 요청했으나 검찰과 소방본부가 법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해 결국 자살을 막지 못했다.

3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쯤 A씨(50)의 딸(21)은 아버지로부터 “지금 남해 바닷가인데 먼저 떠난다. 미안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가 금전 문제로 고민해온 것을 알고 있던 A씨의 딸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경찰은 부산지검 당직검사에게 긴급통신 수사를 의뢰했으나 “범죄 수사와 관련 없는 자살 기도건에 대해서는 영장을 청구할 수 없어 조회가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다급해진 A씨의 딸은 119 상황실에 신고하고 눈물로 위치 추적을 요청했으나 허사였다. 결국 A씨 딸은 2일 오전 2시30분쯤 경남 남해경찰서로부터 자살로 추정되는 시체가 발견됐으니 확인하러 오라는 통보를 받아야만 했다.

주위에서는 “제때 위치 추적만 되었더라면 자살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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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이 사건 덕분에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소방방재청에서 다음과 같은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M_ 2006년 1월 11일 기사 | 닫기 |

소방방재청, 자살기도 신고도 휴대전화 위치추적 하기로
[연합뉴스 2006-01-11 11:45]

소방방재청 박창순차장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오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배우자, 직계존비속에 의한 자살기도 신고도 급박한 위험상황에 포함시켜 휴대전화를 이용한 위치추적을 통해 긴급구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하사헌/사회/ 2006.1.11 (서울=연합뉴스) toadboy@yna.co.kr (하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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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씁쓸한 기사를 다시 한 번 접하게 된다.

[#M_ 2006년 2월 8일 기사 | 닫기 |

위치추적 전화로 ‘불나는 소방서’

[서울신문 2006-02-08 09:00]

[서울신문]“긴급할 때만 이용해 주세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최근 ‘자살우려’신고도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긴급구조 요건에 포함된 뒤 급증하는 위치 추적 요청에 몸살을 앓고 있다.

7일 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전화 위치추적 요청 건수는 모두 405건으로 한 달 평균 33.7건이었으나, 올해는 지난달에만 작년의 8배에 달하는 271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중 실제 구조가 이뤄진 것은 9건으로 대부분 단순 가출이나 가정불화로 인해 위치추적 요청을 하는 등 실제 사건 사고와 관련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은 반경 500∼1500m의 넓은 지역을 일일이 수색해야 하고, 도심의 건물 밀집지역은 한번 수색에 수십명이 동원되기 때문에 소방 인력 운영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특히 위치추적에는 구조대는 물론 경찰력까지 동원되기 때문에 수색시간이 길어질 경우 다른 지역에서 실제 위급 상황이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많은 인력을 투입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초기 대응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단순히 사람의 위치를 알기 위한 신고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방방재청은 관련 법령에 따라 허위신고자에 대해서는 최고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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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요즘 상황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부쩍 자살방지 위치추적 요청이 늘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1월 11일의 저 발표 이후로 일단 신고가 119로 접수되면 소방차가 무조건 출동한다. 그러나 기술상의 어려움 때문에 신고받은 대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장장 반경 1.5km의 지역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가정집에 마음대로 들어가서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껏해야 길거리나 PC방, 찜질방 등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그러는 동안 당사자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또 없으니 이게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신고는 신고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그 지역을 샅샅이 찾아보고 오는데 한 번 나가면 서너시간은 돌아오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제도를 악용, 남용하는 회수가 부쩍 늘었다는 데 있다. 여자친구와 다투고 헤어진 뒤 연락이 두절되었다거나, 고등학생 딸이 가출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고, 배우자의 행적을 수상히 여겨 위치추적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다. 위치추적으로 정말 자살을 막아냈다는 기사는 기사로 날 만큼 적고, 위치추적으로 119 신고접수대가 불난다는 기사는 기사로 날 만큼 많다.

그렇지만 소방서의 임무라는 게 4천만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므로 시민들의 이러한 요청을 모른 체 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신고자는 정말 그 사람이 자살할 것 같은 확신이 있어서 신고한 것일 수도 있고 정말 만에 하나 그럴 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이나 서비스도 이를 적절히 이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이 되는 법. 자신이 한 충동적인 신고 때문에 정말 위급한 다른 사건에 피해를 끼치고, 국민이 납부한 소중한 세금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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