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 – 팻 맥라건

제목부터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우리를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굳은 심지로 자신의 앞날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남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멋지게 살아보아야지.

그러나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성공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남는다면? 애초에 남보다 더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영원할 수는 없으며, 모두에게 다 좋을 수는 없다. 당신이 성공하려면 틀림없이 어떤 누군가를 바보로 만들어야 하며, 당신이 더 행복하려면 그만큼 남의 행복을 더 빼앗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 책대로 열심히 일하고 긍정적으로 살면 모두가 행복해지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분명히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이 책은 그렇지 않아도 지친 우리의 영혼을 더욱 채찍질하라 다그쳐 인간을 소모품으로 만든다. 이런류의 책이 시장에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절망스럽다. 온 사회가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성공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부자가 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행복해질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춘다. 결코 ‘어떻게 하면 모두가 성공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모두 부자가 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모두 행복해질 것인가’를 다루지 않는다. 경쟁, 그리고 진보에 대한 맹신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10년 전 우리는 집전화만 가지고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불편하다며 항상 불만이다. 경쟁에 의한 발전, 진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가? 발전과 진보는 우리의 눈높이를 한껏 높여놓았고 우리는 자꾸 새롭고 굉장한 것을 원한다.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러나 이만하면 되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바벨탑의 교훈을 떠올려보자.

나는 이런류의 책을 아주 싫어한다. 나는 결코 남보다 뒤떨어지지 않았는데 내가 남보다 뒤떨어졌다고 느끼게끔 만들고, 나아가 더 노력하여 남을 앞질러야겠다는 악마의 속삭임을 자꾸 들려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옳은 길이라며 거짓말을 자꾸 들려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악마의 운동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바보가 될 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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