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추세대로라면 하루에 잠만 자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9시 ~ 12시 : 잠
12시 ~ 3시 : 근무
3시 ~ 6시 : 잠
6시 ~ 9시 : 근무
9시 ~ 12시 : 잠시 쉼.
12시 ~ 5시 : 잠
5시 ~ 7시 : 근무

…… 했군. 어라? 더 잔 줄 알았는데 겨우 11시간 잤네. 누가 보면 참 많이 자니 행복하겠다 하겠으나 잠을 서너번씩 끊어서 자는데다 출동벨 소리까지 신경쓰며 자니 자도자도 계속 피곤하다. 자면서도 어디서 어떤 출동이 났는지 정확히 들어야하니 제대로 잘 수 있을 리 없다. 특히 잘 때 출동 한번 나면 1~2시간은 그냥 지나간다. 주말에는 그나마 낫지, 평일에는 낮에 여기저기서 불러쌓는 통에 잠 잘 시간이 더 없다. 게다가 근무환경은 얼마나 열악한가. 301동 NT실을 능가하는 전자파가 내리쬐는 곳이 상황실이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체력이 쭉쭉 바닥난다.

이러니 하루종일 몽롱한 상태로 돌아다니게 되고, 어린아이 엄마 치마폭 찾듯 따뜻한 이불속만 찾아다니게 된다. 게다가 요즘 날씨가 좀 쌀쌀한가. 난방도 안되는 대기실에서 침대 위 솜이불 속 만큼 좋은 곳이 없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와중에서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나니, 나는 잠이라는 탈출구를 통해 이 막막한 현실을 헤쳐나간다. 옛 말 하나 틀린 것 없다고, 덕분에 시간 파리가 화살을 좋아한다는 속담처럼 시간은 쏜살같이 참 잘 간다. 금방 일요일이 되고, 금방 월급날이 오고, 금방 회식날이 온다. 참 잘 하는 짓이다.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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