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추억

내일이면 이사라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든다. 일단 확실한 건, 어지간하면 이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돈도 진짜 많이 깨지고 스트레스도 진짜 심하다.

금전적 측면에서 보자면, 일단 이사비용 130만원(타 지역으로 갈 경우 300만원 이상도 나오는듯) 깨진다. 이게 제일 크고 그 외에도 부동산 중개 수수료, 입주청소, 인터넷 이전 설치비, 새로 들어갈 집에 맞춰 달아야 하는 것들(커튼이라든가 방범창이라든가), 집 알아보러 다니는데 든 기름값, 톨비 등등 따지면 200 ~ 400 정도 나가는 것 같다.

거기다가 마음에 드는 집 골라야지(배산임수의 조건을 갖추었는지, 볕은 잘 드는지, 집 상태는 깨끗한지), 그 집이 조건이 맞아야지(이사 날짜, 전/월세 형태, 직장과의 거리 등), 이삿짐 센터 계약해야지, 이사갈 집에 맞춰서 버릴 거 버려야지, 혹시나 사기당하거나, 원래 집 주인이 전세금 안 빼주면 어쩌나 하고 고민해야지… 이런 저런 스트레스도 극심한데 돈으로 환산해서 한 200만원 치자. 그러면 합해서 한 400 ~ 600만원 손해.

전세는 보통 2년 단위로 계약하므로 만약에 지금 집주인이 월세 10만원을 올려달라고 하면 2년에 240만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그 외의 다른 조건이 같다면(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라든가?) 그냥 계약 연장하는 편이 이득이다. 아, 그래서 전세가 자꾸 오르나? 이사가느니 그냥 있는게 이득이라?

나야 뭐 전세를 너무 올려버리기도 했고 직장에서 너무 멀어지기도 했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긴 가지만 이사하는 건 정말 스트레스다. 이래서 그냥 집을 사버리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나도 어릴 때 이사를 열 몇 번 다녔는데 그 때는 포장이사 같은 것도 없는 시대라 이사하기 한참 전부터 엄마가 짐 싸시느라 고생하는 걸 본 기억이 난다. 아 진짜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요즘은 전문가들이 알아서 포장해주니 두세시간이면 포장도 끝나고 우리보다 더 안전하게 포장해 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말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나는 내가 주체가 되어 이사한 적이 아홉 번 있다. 헉, 쓰고 보니 진짜 많다.

첫 번째 이사는 대학 신입생이 되어 기숙사로 이사했던 일. 아직 학생이니 짐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냥 나 혼자 짐을 다 싸서 상경했다. 그 때 ’국제시장’에 가서 진짜 어마어마한 크기의 가방을 하나 샀던 기억이 난다. 지퍼로 열면 3단 변신이 가능한데 어른 한 두세명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거기에 짐을 잔뜩 싸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위에 짐칸에 올리고 칙칙폭폭 상경했다. 내려서 또 지하철에 그걸 싣고… 와…..

두 번째는 기숙사 떨어져서 자취방(오각형 방이었다)으로 이사. 포장은 박스 같은 거 구해서 내가 다 하고 친구 두 명 불러서 좀 도와달라 하고 1톤 용달차 하나 불러서 같이 날랐다. 다 나르고 나서 짜장면 시켜 먹었나 피자 시켜 먹었나 그랬던 듯.

세 번째는 군대 간다고 자취방에서 다시 고향집으로 이사. 이 때도 진짜 다이나믹했지. 이삿짐 센터 부르기에는 짐도 적고 돈도 아깝고 해서 택배를 이용하기로 결정. 어디서 세탁기 박스 두 개를 구했다. 진짜 크더라. 뿌듯하게 짐을 다 싸고, 근데 싸고 났는데 당장 써야 되는 걸 넣어서 박스 다시 풀고 뜯고 몇 번 했다. 아무튼 다 싸고 택배사에 전화했더니 그렇게 크고 아름다운 짐은 안 받는다고…… 망했다. 수소문해보니 “경X택배”라는 데가 좀 큰 화물 위주로 취급하는데 누가 써 놓기를 오토바이도 배달해 주더란다. 그래서 연락했더니 안에 깨지는 거 책임 안진다는 조건으로 배달해 주셨다. 그렇게 짐만 부치고 나는 몸만 내려감. 그 때 살던 원룸 1층에 있는 “대X마트” 할아버지가, 내가 빈 유리 주스병 갖다 주면서 100원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지랄지랄 하셨지…… 아, 다시 생각해도 빡치네.

네 번째는 스웨덴에 교환학생 갈 때. 반 년만 있을거라 본격적인 이사를 하기도 뭐하고 해서 배낭 하나 싸고 나머지 생활용품은 별로 안 큰 박스에 다 담았다. 진짜 꼭 필요한 것만 넣었어서 수건도 딱 석 장만 챙겨갔다. 몸 닦는 거 하나, 발 닦는 거 하나, 베개 위에 까는 거 하나. 그렇게 진짜 반 년간 씀. 다시 돌아올 때는 구두랑 옷 몇 개가 늘었다. 그 때 산 구두는 아직도 잘 신고 있는데 진짜 짱이다. 바닥 완전 푹신푹신하고 볼도 넓어서 좋음. 근데 한국에는 안 파는 듯.

다섯 번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당연히)인데 집으로 택배기사 부르는 방법을 몰라서 마트에서(마트에 우체국이 같이 있었음) 카트를 몰래 집에 갖고와서 카트에 짐 싣고 다시 가져가서 부쳤음. 인터폴에 신고하지는 말아주세요.

여섯 번째는 다시 남은 학기를 마쳐야 하니 고향 집에 처박아 둔 짐 다시 서울로. 이번에는 용달차를 불렀는데 이 아저씨가 짐 옮길 때 되게 틱틱거렸는데 나중에 돈 드릴 때는 엄청 친절하게 웃으시던 기억이 난다.

일곱 번째는 동생이랑 집 합칠 때. 당시에 돈도 벌고 있겠다, 싱글이겠다 해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물 쓰듯(?) 돈을 써대던 시절이었는데, 이삿짐 센터도 별 생각 없이 제일 비싸고 좋다고 생각한 “K*B”라는 곳에서 무려 “포장이사”를 했다. 이른 아침에 아저씨 두 분이 오셨는데 짐 옮긴다고 1층 현관 문을 열어놓고 올라오셨다. 근데 이사 소리에 잠이 깬 집주인 아저씨가 내려와서 보더니 1층 현관 문 당신들이 열어놨냐고 처음에는 약간 웃으며 농담 비슷하게 서로 이야기 하더니 금세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어디 집주인 허락도 없이 현관문 열어놓냐고, 아니 그럼 이사하는데 당연히 그걸 열어놓고 하지 어떻게 합니까! 하면서 진짜 멱살잡고 싸웠음. 나는 중간에 어쩌나 하고 멍……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장면이었던 듯. 아무튼, 나는 그 트럭을 타고 이동했는데 나중에 짐을 풀어보니 아저씨들이 독서대를 접는다고 어찌 접어놨는데 펴지를 못해서… 결국 버렸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좀 이상한 게 집주인이 원래 보증금 500만원을 줘야 하는데 청소를 해야 하니 4만원은 빼고 주겠다는 거다.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그러라 했는데 이 미친 집주인이 495만원만 보냄. 다시 전화해서 만원 빠졌다고 하니 다시 보내주긴 했는데 청소 비용을 나보고 내라 한 것도 좀 이상하고(청소도 안 했을 것 같다) 만원도 일부러 빼고 준 것 같음. 뻘쭘해서 이야기 안하고 넘어가면 그냥 먹을라고.

여덟 번째는 결혼해서 신혼집으로 이사. 이 때는 차가 있었으므로 그냥 차로 조금씩 날랐다. 별 일 없었고.

아홉 번째는 학교 들어가게 되면서 물금으로 이사. 이 때는 이삿짐 센터 진짜 몇 군데를 알아봤는데 센터마다 가격 차이가 상당했다. 보통 220 ~ 250만원 정도 불렀는데 노란모자를 쓴 마스코트가 있는 곳에서 180만원 불러서 거기서 함. 근데 나중에 잔금 문제로 우리는 좀 더 있었는데 갔더니 부동산 아저씨가 새 새입자랑 뭔가 다투고 있는 거다. 사실 부동산 아저씨가 집주인의 남편이기도 하고 해서 아무튼 그 사람한테 돈을 받아야 하는데 빨리 우리 건은 처리 안해주고 새로 이사 올 사람들이랑 막 다투고 있어서 어쩌나 하고 앉아 있는데 이 아저씨가 “야, 너네 둘은 가서 점심 먹고 와” 이러는 거다. 미쳤나 저게. 지금 우리한테 말씀하신거냐고 하니까 순간 당황하긴 했는데 끝까지 사과는 없음. 아무튼 이사는 오전에 다 끝났는데 잔금을 진짜 늦게 받아서(오후 5시쯤) 엄청 짜증났다. 우리한테 반말한 것도 있고 해서 중개 수수료 확 깎아버림. 다시 생각해도 분하네. 용산에 있는 “대X 부동산”임.

다시 쓰고 보니 아무튼 이사 관련해서 별로 행복했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일이 다 좋게 끝나더라도 아무튼 힘들고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나는 지금 반쯤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아내가 고생이 많다. 탈모라도 오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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